노를 젓는 사람에게 귀인이 붙는다
유튜브 · BZCF | 비즈까페 · 2026년 7월 13일 · 조회 1 · 출처 보기↗
영상의 제목은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창업한 이유’지만, 도은욱 대표의 이야기는 화려한 커리어를 버린 결단보다 무엇을 위해 오래 움직일 것인가에 가깝다. 최종 목표를 먼저 정하고 역산해 살아온 사람이 1년 반의 공회전을 지나 자기보다 큰 이유를 찾고, 그 이유를 고객의 구체적인 병목과 연결해 사업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화면 뒤의 평가자에서 가치 창출자로
도은욱 대표는 금융권 진입을 목표로 여러 인턴을 거쳐 모건스탠리 홍콩 M&A팀에 들어갔다. 그의 사고법은 일관되게 탑다운이었다. 50을 목표로 했다가 실패하면 30에 머물지만, 100을 목표로 하면 70에라도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더 큰 시장을 향했다.
하지만 바라던 자리에 도착한 뒤 발견한 것은 성취보다 간극이었다. 밤샘과 상시 대기 속에서 작은 회사의 가치를 숫자로만 평가하는 자신을 보며, 직접 회사를 만들어본 적도 없고 세상에 가치를 창출해본 적도 없으면서 화면 뒤에서 남을 판단하고 있다는 환멸을 느꼈다. 커리어의 껍데기는 커지는데 자신의 내용은 쌓이지 않는다는 감각이었다. 투자은행은 원래부터 목적이 아니라 사업으로 가는 징검다리였기에, 그는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창업을 시작한다.
될 만한 아이템과 오래 붙들 이유는 다르다
퇴사 뒤 1년 반 동안 두 공동창업자는 미술품 거래, 간병인 매칭, 티셔츠 판매, 유튜브 등 여섯 가지 아이템을 검토하거나 시도했다. 어떤 아이디어는 지금 돌아봐도 시장성이 있었지만, 10년이나 20년 계속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돈이 충분한 이유가 아니라면 자신들에게는 의미라는 필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시간이 남긴 가장 날카로운 반성은 따로 있다. 그는 1년 반의 방황에서 크게 배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 실행을 결정하지 않은 채 생각만 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지 고민한 시간은 의미를 발견하게 했지만, 사업에 관한 학습은 실행한 뒤에야 시작됐다.
이 대목은 창업 아이템을 찾는 두 질문을 구분한다.
- 이 시장은 충분히 크고 사업이 될 수 있는가?
- 나는 이 문제를 10년 이상 붙들 이유가 있는가?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성만 있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고, 의미만 있으면 고객의 실제 문제와 멀어질 수 있다.
큰 이유를 고객의 병목까지 내려보낸다
두 사람은 자신보다 큰 목표에 기여할 때 삶이 의미 있다고 보았고, 그 목표를 한국과 아시아의 경제 성장으로 정했다. 다시 탑다운으로 내려가 보니 경제가 성장하려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만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더 많이 성장해야 했다.
여기서부터는 바텀업 검증이 시작됐다. 약 40개 회사를 만나 사업 모델과 IR 자료를 돕고 투자자를 연결하면서, 반복해서 나타난 첫 번째 병목이 자금 조달임을 확인했다. 미국에는 이미 벤처대출 시장이 컸고 한국에도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클로브의 출발점이 생겼다. 큰 미션이 고객 인터뷰를 통과하며 ‘중소기업의 돈 문제’라는 구체적인 일로 좁혀진 것이다.
설득보다 공감자를 찾고, 감정보다 병목을 본다
초기 계획은 3억 원을 모아 기업마다 1억 원씩 빌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고객은 20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요의 크기를 확인한 두 사람은 지분투자 2억 원을 받는 동시에 그 10배인 20억 원을 빌려오는 구조를 만들어 첫 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개인들로부터 누적 132억 원을 조달하며 모델을 증명했다.
그가 자금 조달을 설명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설득 기술’과 다르다.
설득은 하지 않겠다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같은 문제에 공감할 사람을 찾는 일이다.
어떤 개구리가 왕자가 될지 모르니 계속 개구리에게 입 맞추듯, 지름길 없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 실제로 7개월 동안 성사 직전에서 멈춘 협상에 끌려다니다 완전히 소진된 적도 있었다. 그때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 자금 조달이라면 감정을 덜어내고 기계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고 처음부터 반복했다. 얼마 뒤 적절한 귀인, 제도 변화, 금융기관의 필요가 맞물려 기관 자금으로 사모대출펀드를 만들 수 있었다.
확신과 겸손은 여기서 동시에 성립한다. 문제 구조에 대해서는 ‘반드시 된다’고 믿었지만, 성사된 순간을 자신의 실력만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해야 할 일을 반복해 운과 만날 표면적을 넓혔을 뿐, 운이 언제 들어올지는 통제할 수 없었다.
재무제표가 아니라 통장을 본다는 것
사업을 운영하며 내부와 외부에서 각각 하나의 문제가 드러났다. 먼저 중소기업의 발생주의 재무제표만으로는 실제 상환 능력을 알기 어려웠다. 장부에는 이익이 나도 재고를 먼저 사느라 통장에 현금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로브는 실제 입출금을 바탕으로 현금흐름을 보고, 이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밖에서는 타이밍 문제가 있었다. 기업이 ‘돈이 필요하다’고 자각하고 찾아올 때는 이미 빌려주기 늦은 경우가 많았다. 고객이 위기 전에 들어오게 하려면 대출 말고도 쓸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 결과 무료 현금흐름 관리 SaaS인 클로브 AI가 앞단에 놓이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뒤에서 적절한 시점에 대출을 제안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VC와 대출의 차이도 제품 설계를 바꿨다. VC는 열 곳 중 한두 곳이 크게 성공하면 되지만 대출은 한두 곳만 부실해져도 치명적이다. 따라서 사람의 감으로 유망한 회사를 골라내기보다, 일관된 지표와 가중치를 가진 ‘체’를 만들고 백테스트로 계속 보정해야 한다. 중소기업 대출이 사람의 판단 비용 때문에 막혔다면, 해결책 역시 사람의 개입을 줄이는 시스템이어야 했다.
운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한 방향을 오래 판다
도은욱 대표에게 운은 추상적인 힘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오는 기회다. 주변이 누군가를 도우려 해도 그 사람이 계속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누구를 연결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반대로 한 자리에서 같은 땅굴을 오래 파는 사람은 목표가 분명하다. 관련된 사람이나 기술을 발견했을 때 자연스럽게 그를 떠올릴 수 있다. 일관된 행동은 귀인이 나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신호인 셈이다.
그가 마지막에 꺼낸 노 젓기의 비유도 같은 이야기다. 노를 젓지 않는다고 삶의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방향으로 노를 저으며 더 큰 결과와 만날 가능성을 만드는 편이 낫다. 버티는 데 도움을 준 생각은 두 가지였다.
- 내일은 반드시 오늘과 다르다.
-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원래 모두가 어려운 게임이다.
이 인터뷰가 남기는 메시지는 무조건 고통을 견디라는 주문이 아니다. 먼저 나보다 큰 이유로 방향을 정하고, 고객을 만나 그 이유를 현실의 병목으로 좁히고, 감정과 무관하게 필요한 실행을 반복하라는 것이다. 물살은 통제할 수 없지만 노를 젓는 일은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귀인과 운은, 물살이 없을 때도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던 사람을 더 쉽게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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