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안 될 거라고 생각했을 때, 처음으로 되기 시작했다
유튜브 · 토스 · 2026년 7월 14일 · 조회 2 · 출처 보기↗
토스 이승건 대표가 PO SESSION 마지막 회차에서 꺼낸 주제는 기능도 지표도 아닌, 창업가의 심리다. 그가 말하는 토스의 승리 전략(Winning Strategy)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 이 말의 의미를 그는 자신의 실패담으로 설명한다.
살고자 했던 자: 울라블라의 2년
토스 이전, 이승건 대표는 울라블라(Ulabla)라는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만났다는 것을 휴대폰으로 인증하고 피드로 남기는 서비스였다. 그는 이 제품이 세상을 바꿀 거라 확신했다. 문제는 하나였다. 아무도 쓰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전형적인 악순환이 시작된다. 유저가 없는 이유를 핵심 수요가 아니라 제품 표면에서 계속 찾은 것이다.
- “안 예뻐서 그래” → 디자인을 갈아엎어 레드닷 어워드에서 연락이 올 수준까지 만들었다
- “누가 따라 하면 어떡하지” → 유저가 천 명도 안 되는데 1년 넘게 초음파 근접 인증 특허를 개발했다
- “사람들이 몰라서 그래” → 창업 경진대회에 나가 수천 명에게 알렸다
- “사진 기능이 없어서 그래” → 인스타그램을 보고 6개월간 사진 필터를 만들었다
- “바이럴 장치가 없어서 그래” → 페이스북 오픈그래프 연동을 붙였다
- “마케팅을 못해서 그래” → 집 화이트보드에 1차·2차·3차 마케팅 계획을 빼곡히 세웠다
그러던 중 창업 경진대회에서 그를 알게 된 한 선배가 회사 앞으로 찾아와 30분만 보자고 했다. 아이템 설명을 다 듣고 그 선배는 물었다.
되게 재미있는 거 하시네요. 근데 그거를 왜 써요? 언제 써요?
수없이 들어온 질문이었다. 그동안은 미리 준비한 논리를 쏟아내며 반박했지만, 이날은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그리고 인정하게 된다. 이 제품은 아무에게도 필요하지 않았다. 깨닫는 데 2년이 걸렸다.
진실을 대면하지 못한 심리
그가 복기하는 실패의 핵심은 아이템보다 심리였다. 사실 1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두려워서 진실을 대면하지 못했다. 자신감이 없으니 잘될 이유 수백 개를 만들어 질문마다 즉답했고, 그 답을 반복하다 보니 스스로도 그것을 진실로 믿게 됐다. 센 척하는 것이 강한 태도이고, 모든 질문에 바로 답하는 것이 실력 있는 사업가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그게 가장 약한 모습이었다.
조직도 함께 무너진다. 디자이너가 “이거 때문이 맞을까요?”라고 의문을 던져도 창업가가 강하게 밀면 따라가고, 개발자는 왜 이 기능을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개발한다. 모든 것을 다 해본 뒤에야 처음으로 고객을 만나고, 그제야 제품이 필요 없다는 진실을 확인한다.
대가는 구체적이었다. 1년 반의 시간, 2.2억 원, 여덟 명의 팀원. 팀은 전부 떠났다. 여기서 그가 얻은 교훈은 냉정하다. 팀원들에게 잘해주는 것보다 성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공을 위해 필요한 어려운 이야기는 피하지 말고 꺼내서 서로 고쳐가야 한다.
죽고자 한 자: 8번 망한 뒤의 송금 아이템
울라블라를 접은 뒤 팀은 ‘고스트 프로토콜’이라 부르는 시기를 가졌다. 출근하지 않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했고, 그렇게 100여 개의 아이템을 트렐로 보드에 쌓았다. 예선, 본선, 프로토타입, 폐기물 보관소로 나눠 빠르게 실험하고 빠르게 버렸다.

5년 동안 여덟 번 망하면 두 가지가 생긴다고 한다. 첫째, 실패해도 심리적 타격이 작아진다. 둘째, 다음 아이템도 망할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모드가 바뀐다. 빨리 망하고 빨리 넘어가자.
흥미로운 사실은 ‘송금과 결제를 편하게’라는 아이템은 이 보드에서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도 공감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제품 개발이 아니라 검증이었다. 서비스 이름도 없이 “10초 만에 송금하는 서비스”라는 문구 하나로 페이스북 광고를 돌렸다. 이틀, 만 원. 노출 6천 회에 클릭률 0.4%가 나왔다.
예전에는 1년 4개월, 2억 원, 여덟 명을 들여 실패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혼자서 이틀, 만 원으로 가설을 확인했다. 달라진 것은 아이디어의 질이 아니라 실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었다.
어차피 안 될 테니까, 검증만 했다
반응이 있었지만 앱부터 만들지 않았다. 어차피 안 될 아이템인데 몇 달을 쓸 이유가 없으니, 제품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홈페이지와 30초짜리 시연 영상만 만들었다. 디자이너가 없어 대표가 직접 디자인했고, 이름은 스파이크, 머니링크, 비바캐시를 거쳐 토스가 됐다.

그 조악한 홈페이지에 하루 만에 수만 명이 방문했고, 주말 사흘 동안 1,000명 가까이가 이메일로 사용을 신청했다. 5년 동안 돈을 쓰지 않고 이런 트래픽을 만든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서 울라블라 시절의 믿음이 뒤집힌다.
잘될 제품은 예쁘지 않아도, 노출이 적어도 잘된다.
기능을 쌓는 방식도 뒤집혔다. 안 될 때 “이 기능이 없어서 그래”라며 이것저것 붙이는 게 아니라, 핵심 가설 딱 하나만 구현하고, 되면 키우고 안 되면 다음 아이템으로 넘어간다. 실제로 토스 첫 버전은 실시간 송금이 아니었다. 금융 연동을 못해 이 대표가 뒤에서 인터넷뱅킹으로 여덟 시간마다 직접 송금했다. 로고는 40만 원짜리 외주였고 색도 파란색이 아닌 검정이었다.
그런데도 주간 재사용률 30%대, 월간 70%대, 매주 1.4배 성장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유저 획득부터 키웠던 울라블라와 달리, 토스는 석 달간 거의 알리지 않고 리텐션 데이터부터 모았다. 팀이 원하는 기능이 아니라 고객에게 물어서 나온 기능을 만들었다.

이 시기에 예전의 그 선배를 다시 만났다. “어차피 또 망할 건데 지표가 좀 좋게 나와서 해보려 한다”며 송금 앱을 보여주자 선배는 “돈 냄새가 풀풀 나네. 잘되겠네”라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잘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5년 동안 실패하면 눈앞에 성공이 와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 보수적인 관점이 오히려 고객을 먼저 만나게 했다.
부정적인 팀이 강한 팀이라는 역설
토스 초기 팀은 “이것도 결국 안 될 거야”라는 말을 서슴없이 주고받았다. 그런데 아무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해석은 이렇다. 많은 팀이 자신감이 없어서 “우리 엄청 잘될 거야”라고 센 척한다. 반대로 자신감이 있으니까 계속 부정적일 수 있다.
리더에 대한 통념도 뒤집는다. 정답을 못 찾는 모습이 부끄럽고 두렵지만, 그런 약한 모습을 용기 있게 공유하는 것이 팀원들이 실제로 기대하는 리더의 모습이었다. 팀원들에게 “이거 실패할 거고, 앞으로 2~3년 고생할 거다”라고 실패가 정상인 환경임을 미리 말해주는 것이 당장은 김을 빼는 것 같아도, 6개월이나 1년 뒤에는 더 큰 자신감과 용기로 돌아왔다.

실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신호도 하나 있다. 내부 메이커들이 개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능은 실패한다. 팀원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능을 바깥 사람에게 설명하고 팔 수는 없다.
그는 이 태도를 지금도 토스에 입사하는 PO들에게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실패의 패배감이 무서워서 핵심 가설은 한 달째 방치한 채 주변 기능만 잔뜩 개발하는 일이 토스 안에서도 계속 일어난다.
그의 결론은 심리적이다. 승리는 센 척과 집착이 아니라 겸손, 그리고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데서 온다. 성공은 실패가 주는 패배감을 진정으로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질 때 시작된다. ‘안 될 거야’는 체념이 아니라, 핵심 가설을 가장 싸고 빠르게 검증하게 만드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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