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이기는 끈기는 좋은 이유에서 나온다
유튜브 · 아산나눔재단 · 2026년 7월 13일 · 조회 3 · 출처 보기↗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2023의 키워드는 Tenacity, 즉 끈기였다. 이승건 대표는 이 말을 ‘이유’로 바꿔 읽는다. 끈기는 타고난 성격이나 의지력이 아니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승건 대표는 성공의 95%, 어쩌면 99%가 운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능력과 네트워크를 부정하려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잘 준비해도 성공 시점과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운이 찾아올 때까지 게임 안에 남아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토스는 그의 아홉 번째 사업 아이템이었다. 앞선 6년 동안 여덟 번 실패했지만, 아홉 번째 시도의 이승건이 여덟 번째 때보다 갑자기 훨씬 똑똑해진 것은 아니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것은 운을 만날 때까지 이어진 시간이었다.

끈기는 운이 올 때까지 남아 있게 한다
9년 뒤에도 사업을 계속하는 사람은 처음 시작한 사람의 8%도 되지 않는다. 사업 아이템이나 자금, 팀 빌딩이 먼저 무너져서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 포기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그의 관찰이다.
그렇다면 끈기는 성공을 보장하는 능력이 아니다. 매번 더 좋은 선택을 하게 해주는 지능도 아니다. 실패가 끝이 아니라 다음 시도를 가능하게 만드는 생존 능력에 가깝다. 한 번의 시도로 운을 통제할 수 없다면, 시도 횟수와 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운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성공의 대부분이 운이라면, 끈기는 그 운을 만날 확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창업의 대가는 짧은 고비가 아니라 10년의 삶이다
그가 묘사하는 창업의 현실은 낭만과 거리가 멀다. 회사가 가족보다 앞서는 순간, 생활 수준을 낮추고 현금을 지켜야 하는 순간, 주변 누구도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 급여를 주지 못하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일, 팀원들 앞에서 반복해서 틀리는 수치심이 찾아온다.
잘되면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책임과 갈등의 크기도 함께 커진다. 그는 이 시간을 최소 3년, 보통은 10년 이상으로 본다. 그래서 창업 여부를 판단할 때 물어야 할 질문은 “이 아이디어가 될까?”에 그치지 않는다. 이 삶을 10년 동안 감당할 이유가 내게 있는가?까지 가야 한다.
이 대목은 희생을 창업자의 미덕으로 미화하라는 조언이라기보다, 창업을 선택하기 전에 대가를 실제 크기로 바라보라는 경고에 가깝다. 짧은 동기부여로 출발했다면 현실과 기대의 간격이 커질수록 버티기 어려워진다.
끈기는 성격이 아니라 이유의 결과다
오래 버티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물러서지 않을 만한 이유가 생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끈기 있어 보이는 사람이다. 이승건 대표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삶의 미션
- 해결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만큼 고통스럽고 중요한 문제
- 자신을 무시하거나 부정했던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
- 동료를 실망시키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마음
- 성공과 무관하게 제품을 만들고 조직을 세우는 일 자체가 재미있는 상태
- 인생에서 이 일 말고는 더 관심 가는 일이 없다는 자각
반대로 창업자가 멋있어 보여서, 가진 기술을 어떻게든 사업화하고 싶어서, 큰돈을 벌고 싶어서, 현재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서, 자기 아이디어가 대박이라고 믿어서 시작하는 동기는 오래가기 어렵다고 본다. 이 이유들은 사업의 고통이 상상보다 커지는 순간 보상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끈기는 마음가짐을 억지로 단련한 결과가 아니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좋은 이유의 결과다.
실패가 내일 끝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
실패를 견디는 데에는 낙관보다 현실 인식이 중요하다. 그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들어, “다음 주면 되겠지”, “올해 안에는 끝나겠지”라고 기대한 사람들이 오히려 먼저 지친다고 설명한다. 약속한 시점마다 현실이 기대를 배반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강한 팀은 내일의 성공을 확신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내일도, 다음 주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채 오늘 해야 할 일을 한다. 성공 보상에 대한 기대 대신 신념, 팀의 정신, 성실함, 원칙, 매일 출근하고 먹고 자는 습관, 같은 길을 걷는 동료가 동력을 만든다.
이는 비관적으로 살라는 뜻이 아니다. 결과의 시점을 낙관하지 않되, 행동만은 멈추지 않는 태도다. 단기적인 흥분은 줄어들지만 기대가 무너질 때 함께 무너지는 일도 줄어든다.
아이디어에는 유연하고 성장에는 끈질기게
끈기와 고집은 다르다. 이승건 대표는 자신이 6년 동안 여덟 번 실패한 이유를 돌아보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자기 생각이 맞다고 믿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의 목적이 급격한 성장이라면 지켜야 할 것은 처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성장이라는 목표다. 특정 아이템을 끝까지 붙드는 동안 시장의 신호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끈기가 아니다. 더 크게 자라는 답이 보이면 기존 계획과 아이템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게임의 이름은 버티기가 아니라 성장이다. 버티기는 성공과 성장을 찾기 위한 수단일 뿐, 버티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주객이 뒤집힌다.

좋은 이유를 가진 사람은 밖에서 볼 때 끈기 있게 산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참고 버티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 일을 하는 과정 자체가 보상이기 때문이다. 성공, 명성, 결과와 무관하게 그 길을 걷는 삶이 이미 원하는 삶이 된다.
결국 오래가는 창업자를 만드는 것은 강한 의지나 대단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운을 만날 때까지 계속할 수 있게 하고, 그 사이에는 계속 답을 바꾸게 만드는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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